Do you think street design
guidelines are perfect?












최근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보행친화 가로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가로경관 디자인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완공한 대규모 계획 신도시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사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행복도시는 보행친화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환상형의 BRT 순환도로를 조성하고,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로벽이라는 계획개념을 도입하였다.
가로벽이란 가로의 주변을 따라 복합용도의 건축물을 촘촘하게 배치하고 벽으로 둘러쌓인 느낌을 조성한 구간을 의미한다. 영국 Regent street의 공간 특성을 참고하여 만든 최신식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가로벽 구간의 건축물 형태와 용도를 엄격하게 규제하였다(Im and Byun, 2017).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는 세종시 행복도시가 야심차게 계획한 가로벽 구간이 보행활성화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18년 국토교통부 조사에 의하면 세종시 행복도시의 걷기 실천율(1일 30분 이상 걷는 성인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28.8%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거주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보행만족도 조사에서 가로벽 구간의 편의성과 안정성은 일반 가로보다 만족하지만, 가로의 매력성 측면에서는 일반 가로에 비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Kim, Oh, and Park, 2016; Im and Byun, 2017).
실무자와 전문가 집단도 가로벽 구간의 디자인 지침이 통일성 있는 가로경관을 구축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다양하고 매력적인 가로경관을 구축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Im and Byun, 2017).  







Transit-oriented street(BRT) 

Regent street in London, England (Source: Google Earth)





Design guidelines for the transit-oriented street in Sejong City
많은 선행연구에서 보행친화가로의 3대 핵심 조건을 안전성(safety), 편의성(comfort), 매력성(attractiveness)으로 손꼽고 있다. 특히, 매력성은 가로의 건축적 통일성, 미학성, 시각적 다양성에 의해 형성된다 (Alfonzo, 2005; Southworth, 2005; Ewing and Handy, 2009; Gehl, 2010).

그간 매력있는 가로를 구축하는 것은 안전하고, 편한 가로를 조성하는 것에 비해 까다롭게 여겨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행복도시 가로경관 디자인가이드라인은 가로환경 요소를 크게 7가지로 구분하고, 가로의 매력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디자인 지침을 섬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주민의 만족도는 높지 않았으며, 특히 대다수의 응답자가 가로의 시각적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였다(Im and Byun, 2017).





















가로벽 디자인가이드라인이 가로의 시각적 다양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거나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디자인 지침 때문일까? 

해당 연구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행복도시 가로벽 구간의 시각적 다양성을 측정해 보기로 하였다. 
먼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에 위치한 가로벽 이면의 일반가로(Section A)인 보듬대로와 가로벽 구간(Section B)인 한누리대로를 연구 대상지로 선정하고, 가로의 시각적 다양성을 다음과 같이 다섯가지 측면에서 비교 분석하였다. 





Small building unit










1. 가로에 면한 건물이 소규모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가?
(Ewing & Handy, 2009; Gehl, 2010; Speck, 2013)

가로벽 구간(Section B)은 평균 건물 폭이 약 110m로 일반가로(Section A)에 비해 3배 이상 큰 건물로 구성되어 있어, 가로 전체 공간에 대한 시선 변화가 더 적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상위 위계의 도시 계획과 관련이 있었는데, 가로벽 구간은 획지 합필을 통해 대규모 건물 개발을 권장하고 있어 가로 내 작은 건물이 지어지기 힘든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Spatial diversity










2. 가로에 면한 공간 유형이 건물뿐만 아니라 공원, 오픈스페이스 등으로 다양한가?
(Alfonzo, 2005; Gehl, 2010; Speck, 2013; Kim & Lee, 2016; Macdonald et al., 2018)

가로벽 구간(Section B)은 100m 당 공공공간의 수가 일반가로(Section A)에 비해 절반 가량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보행자 입장에서 볼 때 보이드 공간을 통한 가로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가로벽 구간은 건축물 지정선을 설정하고 입면부를 모두 돌출시키도록 하였으며, 건물 공지를 후면부에 배치시키는 디자인 지침을 적용하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파사드에 맞벽건축을 적용하여 건물 간 이격거리를 허용하지 않은 지침도 이유로 볼 수 있었다.



Distinct building base’s facade










3. 입체적이고 개성있는 저층부 디자인을 적용하였는가?
(Alfonzo, 2005; Ewing & Handy, 2009; Speck, 2013; Kim & Lee, 2016; Macdonald et al., 2018)

일반가로(Section A)의 경우, 대체적으로 색의 계열이나 물성이 전혀 다른 입면 마감재를 저층부에 적용하여 상층부와 명확하게 구분하였으며, 건물들의 저층부 구간도 1~2층으로 다양하였다. 그러나 가로벽 구간(Section B)은 비슷한 색채 계열과 물성의 마감재를 저층부에 적용하고 명도 차이로 상층부와 저층부를 구분하였다. 또한 건물들의 저층부 구간이 2층으로 동일하였다.
다시 말해, 가로벽 구간은 일반가로에 비해 저층부와 상층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며, 가로를 따라 처마선의 수직적인 변화가 거의 없어 보행시 시각적인 변화가 더 적은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 이유는 디자인 지침에서 가로벽 구간의 저층부 높이를 8.5m로 일정하게 규정하고, 가로 내 사용가능한 색의 계열을 뉴트럴 계열로 한정하였기 때문이었다.


Shifts in facade with architectural details










4. 건물의 형태가 입체적이며 디테일이 있는가?
(Alfonzo, 2005; Gehl, 2010; Speck, 2013; Kim & Lee, 2016; Macdonald et al., 2018)

가로벽 구간(Section A)은 일반가로(Section B)에 비해 건물의 돌출과 후퇴 정도가 컸는데, 이는 저층부에 아케이드를 조성하고 건물의 7, 8층을 건축물 지정선보다 후퇴시켜야 하는 디자인 지침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로에 면한 모든 건물이 동일 지침을 적용하여 똑같은 형태의 건물이 양산되는 바람에, 오히려 반복적이고 지루한 가로 경관이 조성된 측면이 있었다.
아울러, 일반가로는 나무나 몰딩 패널을 파사드에 적극적으로 덧댄 특징이 발견되었으나, 가로벽 구간은 디테일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현대식 건물에 적합한 입면 디테일 지침이 제시될 필요성이 발견되었다.



Presence of activated sidewalk elements










5. 휴게, 편의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가?
(Alfonzo, 2005; Ewing & Handy, 2009; Gehl, 2010; Speck, 2013; Kim & Lee, 2016; Macdonald et al., 2018)

가로벽 구간(Section A)과 일반가로(Section B) 모두 전면공지를 활용하여 보행활성화 공간을 두었으나, 가로벽 구간은 주로 판매 진열대가, 일반가로는 음식점과 연계된 야외 테라스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디자인 지침과 관련이 깊었는데, 가로벽 구간의 경우 저층부의 용도를 중규모 판매시설, 업무시설, 일반 음식점, 카페 등으로 제한하고, 주류판매가 가능한 음식점과 위락시설을 이면부에 배치하도록 하였기 때문이었다.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가로벽 구간의 시각적 다양성이 부족한 이유는 상위위계의 도시계획, 통일성과 정연함을 지나치게 강조한 디자인 지침, 그리고 적용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는 디자인 지침의 구체성 부족 문제를 지적한 기존 연구와 상반되는 점이며,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로경관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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