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the new neighborhood unit
model
really create
a walkable neighborhood? 









페리(Perry) 모델로 대표되는 근린주구 모델(Neighborhood Unit Model)은 도시를 계획하는 공간구성기법 중 하나이다.
거주자가 걸어서 생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권역을 설정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시설물과 가로체계를 구성하는 방법을 다이어그램 형태로 제시한 것이다.

권역의 크기는 보통 도보 5-10분 거리인 반경 4-500m 정도인데, 
연구 결과 거주민들의 활동이 집중되는 실제 공간범위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Cangiggia & Meffei, 2001; Mehaffy et al., 2010).
때문에 근린주구 모델에 대한 다양한 비판과 논의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 처음 등장한 이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거지의 공간계획 단위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Perry’s neighborhood unit(1929)

분당 신도시(1989) 계획




근린주구 모델은 근대 도시계획이 본격적으로 태동하던 시기에 당시의 도시문제와 맞물리며 탄생하였다.
19세기 말 서구 도시는 이미 고밀화, 혼잡화가 진행되었고, 각종 위생 및 공중보건 문제는 도시의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 시민들은 한적한 교외지역으로 빠져나갔으며, 1913년 핸리 포드(Henry Ford)에 의해 자동차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교외화(suburbanization)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The end of the 19th century, New York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계획가들은 저마다 이상적인 주거공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건축가 클래런스 페리(Clarence Perry)가 만든 모델은, 1929년 발표된 이래 아직까지도 회자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페리는 자동차 대중화에 대응가능하면서도 안전하고 한적한 주거공간을 조성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그가 내세운 설계 핵심 개념은 주구의 경계부와 중심부를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자동차 중심공간과 보행자 중심공간으로 나눴다. 

주구의 경계에 규모가 큰 간선도로를 계획하여 운전자의 이동 편의성을 향상시키고자 하였다. 내부는 규모가 작은 도로를 대각선이나 둥근 형태로 불규칙하게 구성하여 통과교통 제어를 도모하였다.
또한, 주구의 자족성(Self-contained neighborhood)을 위해 고안한 생활 필수시설물 중, 상업시설을 주거시설로부터 완전히 분리하고 주구 경계에 배치하여 혼잡성을 줄이고자 하였으며, 주구 중심에는 학교와 커뮤니티 시설, 오픈스페이스를 집중시켰다.

Perry’s neighborhood unit model and it’s design concept




페리모델의 이러한 계획개념은 미국과 영국의 뉴타운(New Town) 계획을 비롯하여, 한국과 싱가포르 등 근대적 도시계획이 상대적으로 뒤늦게 시작한 아시아 지역으로도 전파되어 세계 곳곳의 도시 골격구조를 변화시키는 데에 기여하였다.





하지만, 페리 모델의 영향을 받은 많은 도시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근린주구 단위로 폐쇄적인 공간들이 형성되어 도시는 분절되고 공동체는 파괴되었으며, 자동차 중심의 도시 환경으로 재편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가령, 도로망 위계에 큰 차이를 두는 방식은 자동차 이용을 부추기고 간선도로에서의 보행을 위축시켰으며, 인접 주구와의 교류활동이 감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Carlton, 2007; Parolek et al, 2008). 또한 복잡한 형태의 도로망과 용도를 분리하는 방식은 거주지로부터 주요 시설로의 보행 접근성을 취약하게 만들어 자동차 의존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Barton, 2000; Gehl, 2002; Murrain, 2002; Mehaffy et al., 2010; Speck, 2015).

90년대에 들어서며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이 강조되었고,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국내외 연구분야에서는 보행친화를 내세우는 새로운 근린주구 모델들이 활발히 모색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근린주구 모델은 정말로 걷기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근린주구 모델의 변화양상을 추적하여 보행관점에서 계획방식의 진보가 이루어졌는지 그 실체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190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북미, 영국, 한국(서울), 싱가포르의 시대별 대표 신도시(뉴타운) 사례 총 20개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하고, 보행과 밀접하게 연관된 8개 요소의 설계기법 특성을 비교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시설물 배치 방식에서 네 나라 모두 적극적인 보행친화 개념을 적용하여 주구의 공간적 분리를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활용되고 있었다.

먼저 상업시설, 학교, 공원을 보행유발 시설로 간주하고, 이들을 혼합하여 배치하였다. 특히, 공원의 역할을 통행가로로 확대하고 선형으로 조성하여 네트워크화시킨 점도 두르러진다. 서로 다른 용도의 시설물들을 연계하고 통합하여 다양한 목적의 보행 동선들을 중첩시켜 보행을 촉진시키려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주구가 중첩된 곳에 상업시설을 배치하여 인접 주구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보행 활동 범위를 확장시키고 주구 간 교류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 적용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도로의 계획 방식은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보행자 공간을 분리하는 페리의 방식이 관행처럼 지속되어 새로운 방법이 모색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1990년대 북미에서 제시된 Form Based Code 모델의 도로계획 방식도 참고해 볼 수 있다.
해당 모델은 도로망 위계 차이를 줄이고 그리드(grid) 형태로 주구 내부의 가로 연결성을 향상시켰다. 이는 자동차와 보행자 공간을 통합시키는 설계 개념이 반영된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발된 모델들이 주구 내 공간적 분리를 완화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계획방식을 적용한 부분도 있었지만, 향후 보행측면에서 보다 개선된 결과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와 보행자 중심공간을 통합할 수 있는 도로계획 방식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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